개발자 '모드 B'
개발자로 일 한 지 4년 정도 되었을 때,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재미있어서 회사 일에 빠져있었다. 당시 팀장님이 점심 회식하러가는 길에 횡단보도에서 나에게 조언했다. 내용은 일만 하지 말고 개발자 ‘모드 B’를 하라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모드 A’는 회사 일이고 ‘모드 B’는 개인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팀원에게 개인 활동을 하라고 말하다니 좋은 분이었다. 그간 내가 한 ‘모드 B’ 활동은 개발 서적 번역하기, 장난감 프로젝트 만들기, 기술 블로그 쓰기 등이었다.
개발 서적 번역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된다. 기분은 10km 달리기를 할 때와 비슷했다. 3km 정도 달렸을 때, 내가 왜 이걸 했을까 후회도 많이 되지만 완주 시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 번역도 비슷했다. 적어도 번역하는 책을 꼼꼼하게 읽게 된다. 강제성이 있어서 평상시 책을 읽을 때 지나칠 수 있는 문장들을 번역 시에는 모두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대강 알고 있는 기술들을 더 알게 되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바닥이던 글쓰기 실력이 조금 향상되는 느낌을 받았다. 영어로 쓰인 원서나 논문에 대한 거부감도 조금은 사라졌다.
기술 블로그 쓰기
평소에 일기를 쓰지 않아서 그런지 블로그 쓰기를 습관으로 갖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그나마 개발 서적 몇 권 번역한 뒤에 시작할 수 있었다. 평상시 떠오르는 생각들을 노트에 문장으로 적고 이 문장들을 모아서 글로는 방법이 유용했다.
장난감 프로젝트
정말 즐기면서 코딩할 수 있다. 그냥 만들어보고 싶은 걸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일보다 부담도 적다. 하지만 끝까지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언어나 도메인을 배울 때도 유용했다. 어느 정도 완성해서 공개하면 같은 주제에 관심이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영입 제안이 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모드 B’ 활동 중에 가장 나에게 맞는 것 같다.
마무리
나에겐 개발자 ‘모드 B’는 회사 일만으로는 성장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회사에서 해야하는 일이 다를 때, 멘탈 관리에도 도움이 되었다.